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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묘 : 여러 소문에 둘러싸인 지브리 영화

<반딧불이의 묘>
글쓴이 라라3개월전

반딧불이의 묘(火垂るの墓)/다카하타 이사오/1988


평소 지브리 영화를 좋아해서 유명작인 토토로, 하울 뿐만 아니라 남들이 잘 모르는 비주류 영화까지 다 봤다고 자부하는 나였지만, <반딧불이의 묘>는 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소문과 여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를테면, 군국사회 일본을 옹호한다던가, 전쟁 가해국인 일본을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한다 하는 말들 말이다. 그렇게 <반딧불이의 묘>는 지브리 영화 중 내가 보지 않은 유일한 영화가 되었다.


동생이 넷플릭스 추천에 떴다며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마침 한가했던 나는 소문으로 접한 영화가 아닌,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해보고 싶었다. 소문대로의 영화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는지. 그렇게 직접 본 이 영화는 영화를 수식하는 악명과는 너무나 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보며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자꾸 떠올랐다.


한국전쟁으로 8살에 부모님을 잃은 할아버지는 당시 3살이었던 여동생과 함께 고아가 되었다. 시체더미에 버려진 할아버지의 부모님 시체는 장례를 제대로 못치른채 그대로 불살라졌고, 할아버지는 거처를 찾아 부산에서 광주에 있는 친척집까지 갔다. 힘겹게 간 친척집은 할아버지 남매를 환영하지 않았고, 온갖 구박을 받으며 지내다가 도망쳐나왔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있다가 고아원에 잡혀갔고, 고아원에서도 도망쳤다는 할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가 영화를 보는 내내 오버랩되어 재생되는듯 했다.


<반딧불이의 묘>는 제2차 세계대전의 일본의 남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14살 세이타, 4살 세츠코 남매는 공습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고 친척집에 가서 지내게 된다. 친척은 남매를 냉대하고, 냉대에 견디다 못한 주인공 남매는 피신용 동굴로 거처를 옮긴다. 남매는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굶주림과 주변 어른들의 냉대, 점점 아파가는 세츠코를 두고 생존은 힘겨운 싸움이 되어간다.


영화를 둘러싼 소문에 보기를 꺼려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년 시절을 추억하며 마음 아파할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를 둘러싼 소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사실여부와 판단을 하기 어렵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낀 느낌을 간직하며 이 영화를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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