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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피터 손/2023 <엘리멘탈>은 피터 손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피터 손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서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그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관객인들이 <엘리멘탈>을 통해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감정의 시작점에 대한 이해는 우리를 연결시키게 만들어 서로의 감정에 공감을 일으킨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다 보고 우연히 피터 손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난 후에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다름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영화에서 서로 다른 불의 원소인 ‘앰버’와 물의 원소인 ‘웨이드’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앰버’의 가족과 개인 성장 이야기 등 많은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이 내용을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를 뽑자면 ‘다름’이었다. 행동, 가치관, 외모 등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조금은 가볍게 표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들이 하나같이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겁도 없이 너에게 뛰어들었고 우린 무지개를 만들었지.”, “우리가 안 되는 이유는 백만 가지지만, 나는 널 사랑해.”, “네 빛이 일렁일 때가 정말 좋더라.” 사랑은 서로 닮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너무나 다른 사람을 만나 서로 이해하고 그 다름을 인정하면서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정의는 사람마다 정말 다를 것이다. 서로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 맞추지 않아도 잔잔히 흘러가는 과정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로가 너무 달라 부딪히고 싸우기도 하지만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맞춰가는 과정을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은 서로 다른 채 함께하면서도 상대를 이해하고 품으려는 용기를 갖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서로를 닮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용기를 말하고자 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한 방식에 놀랐다.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해준다면 어떨까. 단순히 “좋아해.”, “사랑해.”가 좋아하는 이유를, 사랑하는 이유를 말해준다면 아마 그 감정을 배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태어나 자랐던 과정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한다는 것을 이렇게 낭만적으로 표현한 영화는 이 영화가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이 항상 완벽하고 아름답고 낭만적일 수만은 없겠지만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낭만적인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값진 경험일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리고 나도 인생에서 단 한 번쯤은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워질 수 있지는 않을까. 결국 사랑은 서로 닮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용기에서 사랑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포말의 하루
호구/김민서/창비/2026'우리 삶의 목표는 정말 행복인가' 이 소설은 한 소년이 성장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정의하는 내용이다.우리 삶의 목표는 정말 행복인가? 우선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친구들이랑 놀고 나름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내가 미래에 행복하기 위해서 공부를 했고, 대학을 왔다. 내 인생의 목표는 정말로 내가 행복한 것 그 자체였다.그러나 지금도 행복이 인생의 목표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매 순간 행복한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오면서 나는 행복도 결국 상대적인 것이라고 느꼈다. 가난한 사람을 보면서 그래도 나는 밥은 먹을 수 있으니까 행복한가 싶다가도 부유한 사람들을 보면서 저렇게 부유하면 돈 걱정은 안해도 될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행복했다가도 금방 불행해졌다.이 질문에 대해 윤수(주인공)는 자신만의 답변을 찾는다. 윤수는 "행복하지 않은 삶에도 가치가 있어.", "행복할 때보단 불행할 때가 더 많아. 하지만 할아버지, 나는 지금 인생을 살고 있어." 라고 말한다.윤수의 말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많은 생각을 한 결과 인생은 그냥 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행복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이 그냥 인생을 구성하는 요소이고, 나는 그 감정들을 하나씩 맛보면서 즐기면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9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세계 문학사에서 손에 꼽히는 명작이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작품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은 중학생 시절이었다. 당시의 나에게 주인공 '요조'라는 인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 그 자체였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해 광대짓을 자처하는 유년 시절의 모습부터, 스스로 파멸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성년의 모습까지 그가 왜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품고 비정상적인 표정을 지으며 살아가야만 하는지 그 근원적인 이유를 전혀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독자들이 말하는 찬사에 오히려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 주었다가 실망감으로 바꿔 놓는 동기를 만들어주었다. 작품이 지닌 무게감에 비해 요조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유약함과 회피적인 태도는 공감하기 어려웠고, 급기야 나는 평생 동안 요조라는 인물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한 회의적인 시각으로 책을 읽다 보니 요조가 삶에서 이탈하고 엇나갈 때마다 혼자 '왜 굳이 저런 선택을 할까?'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의 기이한 행동 이면에 또 다른 생각이나 인간 소외에 대한 거창한 뜻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깊이 고민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나에게 있어 '이해할 수 없는 정신적 나약함'으로 단정 지어질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마치며 깨달은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불완전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다. 우리는 흔히 유복한 호나경과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당연히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무의식 중으로, 또는 그럴것이라고 밑마탕으로 깔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 하지만 요조는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켰다. 이를 통해 인간은 아무리 이상적인 조건 속에 놓여 있을지라도 보편 사회가 규정하는 '올바른 삶의 방향'을 이탈할 수 있는 복잡하고 나약한 존재임을 깊이 실감하게 되었다.
연탄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권일용/21세기북스/2022 “범죄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외국에서 일부 성공을 거둔 대책 중 하나가 회복적 사법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문장이었다. 고등학생 때 실제로 회복적 사법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를 했던 경험이 있다. 책에서는 “회복적 사법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를 깨닫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나는 회복적 사법이란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 사회의 변질된 사법을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사법은 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나 상황보다 가해자를 법으로써 벌하는 것에 모든 관심과 집중을 쏟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2차적 고통에는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매우 적다. 이러한 변질된 사법이 나는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실제로 이러한 범죄에 대한 뉴스의 반응을 보면 가해자를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댓글이 전부이며 뉴스 내용을 봐도 피해자에 관한 내용은 한두 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를 단독으로 비추고 눈길을 주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겠지만 피해자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경우라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회복적 사법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특히 내가 가장 존경하고 관심을 가지는 권일용 전 프로파일러 역시 회복적 사법의 활용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을 보면 우리 사회도 이러한 제도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나는 이러한 범죄와 범죄자에 대한 심리를 다룬 내용에 흥미를 느낀다. 사실 범죄와 범죄자에 대한 흥미라고 표현하기에는 가벼운 의미를 지니는 것 같고 가장 관심을 두게 되는 분야라고 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감정을 느낀다. 사실 범죄라는 건 피해받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피해를 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범죄자의 상황과 심리라고 하는 것보단 범죄를 저지른 행위에 대한 심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사실 범죄라는 건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못하는 행위이며 벌받게 되기에 자신의 인생에 큰 손해를 남기는 건데 도대체 왜 범죄를 저지르는 걸까에 대한 의문의 답을 나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책으로 겪고 있다. 결국에 나는 범죄자가 왜 악한가가 아니라 인간은 왜 범죄자가 되는가에 대한 의문에 답을 찾고 있다.
포말의 하루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무라세 다케시/오팬하우스/2025이 책은 남겨진 사람이 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는 이야기이다. 그 대가로 많은 돈을 납부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 돈을 빌려서라도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돈을 납부했다. 각각 최애에게, 친구에게, 할머니에게, 반려견에게, 연인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는 할머니에게 보냈던 편지이다.이 편지를 쓴 사람 '메구미'로, 몸이 불편한 친구를 돕다가 위선자라고 찍히며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메구미는 등교를 거부하게 되고, 여름방학 때 할머니댁에 맡겨지게 된다. 할머니는 서예를 가르치고 계셨고, 메구미도 할머니의 가르침을 받았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것들, 원하는 것들을 쓰다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이 용기라는 것을 꺠닫는다. 그 뒤에 할머니는 폐 질환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메구미는 학교로 다시 돌아가지만, 메구미는 괴롭힘에 잘 대응한다. 이 후 메구미는 할머니에게 앞으로의 조언을 얻으려고 편지를 보내지만, 메구미가 자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답장을 하지 않는다. 답장을 받지 못했지만 메구미는 그동안 여름에 써왔던 서예를 보면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아간다.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눈물이 났다. 왜 눈물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메구미가 용기를 냈던 것이 대단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메구미가 서예를 몇 번이고 다시 하는 장면이 인상깊어서 일 수도 있다. 뭐 때문에 눈물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메구미가 이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9월
그 여름의 끝에 네가 죽으면 완벽했기 때문에/샤센도 유키/토마토출판사/2023인간의 감정은 증명할 수 있는가이 질문은 이 책의 내용을 잘 보여주는 질문이다. 과연 인간의 감정은 증명할 수 있을까?간단하게 생각하면 증명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의 감정은 순간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누군가에게 화가났던 마음, 짜증이 났던 마음 모두 한 순간이며, 모두 사라진다. 물론 여러 감정 중에서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든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은 계속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감정조차 관계에 따라서 계속 변화한다. 그렇게 변화하는 그 순간을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한 가지의 감정만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들어 짝사랑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는 좋아하는 감정만 생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떤 날은 좋았다가 어떤 날은 짜증도 날 것이다.이 책에서 주인공은 금으로 몸이 변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그 사람이 금으로 변한 뒤, 그 금을 받기로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금으로 변하지 않길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다. 주인공은 가정 형편이 어렵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계속 감정을 증명하려고 애쓰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바다에 뛰어듬으로써 감정을 증명한다. 이런 면에서는 감정을 증명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이었다면 보여주기식 연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감정은 증명하기 어려우며, 감정을 남기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감정은 남지 않지만 기억은 남는다. 그래서 주인공이 했던 행동들과 사랑은 기억에 남기 때문에 의미있는 것이고, 그래서 사랑이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기 떄문에.
9월
훌훌/문경민/문학동네/2022서로 기댈 수 있는 관계란 무엇일까?모든 관계를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봤을 것이다. 그럴 때면 인간관계를 리셋하고 싶다거나 모든 것을 버리고 훌훌 떠나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숨기는 것이 많아 서로 껄끄러움이 많은 관계에서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유리' 또한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떠나리라고 다짐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나 엄마가 재혼해서 낳은 아이인 '연우'를 만나고 연우와 같이 살게 되면서 유리의 계획은 망가지게 된다. 계획은 망가졌지만 오히려 유리는 '떠나지 못할 이유가 생겼는데 이상하게 가뿐했다'고 생각한다. 유리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관계를 맺는 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유리와 연우의 엄마는 같은 사람이지만 낳아준 엄마는 다른 사람이다. 유리는 사실 입양아이고, 그런 유리를 할아버지에게 맡긴 채 유리의 엄마는 도망을 간다. 그 후에 재혼을 하여 연우를 낳지만 이혼을 하고 사고를 당해 연우는 할아버지에게 맡겨지게 된다. 이러한 사정으로 유리는 할아버지와 연우와 같이 살게 된다. 유리와 연우는 피가 통한 관계도 어릴 때부터 같이 살아온 관계도 아니지만 서로에게 다가가며 가족이 되어간다. 이 과정에서 유리가 느꼈을 마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임감 이었을 수도 있고, 엄마와 같은 사람이 되지는 않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고, 사실 비밀을 털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없어서 자신이 진짜로 기댈 수 있는 가족을 원했던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유리가 이제는 가족이 생겼고,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리에게는 많은 일들이 생길 것이다. 입양아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될 수도 있고, 할아버지가 아플 수도 있으며, 연우에게 무슨일이 생기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처음과 달리 이제는 유리에게 가족이 생겼으므로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안다.
9월
우리는 사랑 안에 살고 있다/유혜주,조정연/21세기북스/2024 『우리는 사랑 안에 살고 있다』라는 유튜브 가족 채널인 <리쥬라이크>의 유준이네 에세이로 <리쥬라이크>는 내가 가장 즐겨보는 육아 가족 채널이다. 사실 처음엔 저자 유혜주와 조정연의 커플, 부부 채널이었지만 유준이가 태어나면서 흔히 육아 브이로그, 가족 브이로그를 올리며 육아 채널로 자리 잡았다. 사실 유준이가 태어나기 이전에 유혜주와 조정연 부부의 관계가 너무나 이상적이고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먼 미래에 저렇게 다정한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짜증 내고 불만을 품기보다 한 발짝 뒤에서 상대방을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이 둘의 관계는 유튜브 영상에 보이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는 전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서로가 매우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이었다. 또 유준이가 태어나면서 부부의 생각과 태도를 매우 자세하게 볼 수 있었고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이렇게 영상으로 알 수 있는 내용과 영상에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유심히 봤던 내용들은 유준이 부모로서의 생각들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의 부모님도 ‘이렇게 나를 소중하게 키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의 시선에서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는 인식과 태도들이 너무나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우리 부모님과 장인어른, 장모님이 우리의 이름을 지으면서 수없이 고민하고 기대했을 미래처럼 유준이도 엄마 아빠의 바람을 기억하며 이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유준이라는 이름은 우리가 준 첫 번째 선물이었다는 걸 잊지 않으면 한다.” 이거였다. 사실 누군가 부모님이 너에게 준 가자 첫 번째 선물이 뭐였냐고 묻는다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거나 어렸을 때 아마 받았을 것이라 예상하는 문구류 생일 선물을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누군가 이러한 질문을 나에게 한다면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당연하게 나의 이름을 말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절대 잊지 못할 나의 첫 선물은 문구류도 아이폰도 지갑도 가방도 아이패드도 아닌 나의 이름 세글자라는 것을 이제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나의 첫 선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나의 이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항상 깨닫게 해준다. 특히 이런 에세이를 자주 읽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부모님의 첫 만남부터 나를 가지게 되어 나를 기르셨던 모든 과정을 부모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좋았다. 나도 언젠가 저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고 내가 지금까지 나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애정과 사랑을 유준이네 부부처럼 두 배, 세 배로 나눌 수 있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포말의 하루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이해인/필름(Feelm)/2026 "다정함은 연민이 아니다. 누군가의 감정이 동화되어 시작되는 사랑의 언어다.""다정함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사실 나는 다정한 사람이라고 하면 스윗한 사람, 친절한 사람, 착한 사람이라고 일반화하여 정의하는 것에 그쳤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정함에 대한 정의는 오히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나에 대한 다정함, 상대방에 대한 다정함, 세계에 대한 다정함, 우주에 대한 다정함처럼 수많은 다정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에 두 문장은 나의 마음에 가장 와닿는 다정함의 정의이다. 다정함은 흔히 상대방의 동정과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다정함은 사랑의 언어이며 누군가의 감정이 동화되어 시작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또 다정함은 단순한 상대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나와 상대방, 그 외의 모든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이 책에서 다정함은 ‘나’를 중심으로 상대방에게 퍼져나가는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정한 사람인가? 사실 나는 내가 다정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나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했다. 흔히 쿠션어라고 하는 말을 당연하게 사용했고, 나의 좋은 감정이든 좋지 않은 감정이든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면 나의 숨겼던 감정들을 부모님께 말하거나 나 혼자 감정을 억누르고 지나갔다. 하지만 나를 감추는 다정함은 다정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가까운 사람에게 다정해야 한다는 책의 말처럼 오히려 밖에서 쌓아왔던 좋지 않은 감정들을 나와 가장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가족들에게 표출하는 아이러니가 나의 다정함이 아니라 사실 다정한 척을 한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다정함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었다. 세상에 다정함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불가능한 상상을 하기도 했고 이 책을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나는 사랑을 주는 다정함을 상대방이 느끼도록 노력해야겠다. 사랑은 단순히 남녀 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 나로 인해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길 바란다. 나로 인해 자신의 세상이 생각보다 더 넓고 맑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
포말의 하루
정말 어린 시절에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오랜만에 생각나 글을 적어본다.로젤린느 모렐의 <오렌지 1KG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거대한 비극 앞에 놓인 인간이 어떻게 일상이라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버텨내는지를 지독할 정도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독자의 눈물을 짜내기 위해 감정을 과정하거나 슬픔을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서 좋았다. 대신 작가가 선택한 방식은 비극과 일상의 잔인한 대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주인공은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충격 속에서도 여전히 평온한 일상을 보내야 한다. 이 소설이 주는 기묘한 이질감은 바로 여기에서 나타난다. 내 세계는 무너졌는데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너무나 성실하게 굴러가고, 나 자신조차도 생존을 위해 그 무심한 일상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쓸쓸함?을 느끼게 해준다. 문체 역시 감정을 자극하려는 수식어가 없이 심플하다. 작가는 주인공이 느끼는 절망의 깊이를 서술하기보다 그가 매일 반복하는 단순한 행동의 동선을 무심히 따라간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담백함이 오히려 독자에게 ,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인 알리스에게는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슬픔을 소리 높여 외치지 않기에 그 이면에 깔린 공허함과 고독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거 같다. 제목에 등장하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라는 문장 역시 흔한 희망가난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가 아니다. 이는 대단한 깨달음을 얻어 삶의 의지를 회복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이란 존재는 아무리 슬퍼도 배가 고프고 시간이 흐르면 움직여야만 하는 무서운 관성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내포하고 있는 거 같다. 결국 이 소설은 비극을 이겨내는 극적인 기적 대신, 상실을 주머니 속에 쑤셔 넣은 채로 묵묵히 오늘...그리고 내일을 살아내는 현실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연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