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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에 대한 생각

돈 안 쓰면 죽는 병
글쓴이 고등어조림3개월전

돈 안 쓰면 죽는 병, 이두온, 위즈덤하우스, 2025



<플람마>


어느 날부터 세상엔 '플람마'라는 병이 유행하게 되었는데 이 병의 특징으로는 걸리게 되면 탈모가 진행되고, 빈 머리에는 혹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 있다.

문제는 이 혹이 점점 커진다는 것인데, 커질대로 커진 혹은 터지면서 병에 걸린 사람의 머리도 같이 터트려버린다.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혹이 커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선 소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  출근을 위해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것보다 번지점프를 예약하는 것과 같이 소비도 그냥 소비가 아닌 과소비를 할수록 효과가 좋았다. 


개인적으로 플람마의 무서운 점은 혹이 터지면 죽는다는 점 외에도 정신적으로도 피해를 입힌다는 점같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탈모는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것이며, 그 자리에 혹이 생겨나는 것으로 더욱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탈모, 혹이라는 알기 쉬운 증상으로 사람들은 플람마에 걸린 사람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고, 자연스레 플람마에 걸린 사람과 걸리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벌어지게 될 것이다. 

사람들간의 구분을 만들기 때문에 플람마는 무서운 병이다. 



<치트키>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치트키'는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사람들간의 쓸모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혼란에 빠진 사람이고'불주먹'는 쓸모없는 행위를 계속하는 사람이며, '젠틀맨'은 자신과 자신의 요구치가 상반되는 사람이다.  

치트키는 플람마에 걸리고 직장을 잃은 사람으로 어떻게든 플람마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다. 불주먹의 집에 간 것도 불주먹이 제작한 조각상을 사기 위해서였다. 

불주먹은 사회에서 쓸모없다고 말하는 조각미술을 하는 사람으로 플람마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조각상을 제작하였다. 

치트키는 불주먹에게 조각상을 돈을 내고 산다고 하지만 불주먹은 돈은 지긋지긋하다고 말한다. 불주먹에게 조각상은 자신의 소중한 작품으로 값을 매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플람마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소비야말로 현명한 것이다. 특히 플람마에 걸리지 않은 불주먹과 달리 플람마에 이미 걸린 치트키에게 있어서 소비는 더욱 중요한 행위일 것이다. 

치트키와 불주먹 사이의 조각상을 대하는 태도에는 메울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하였다. 

젠틀맨에 의해 불주먹의 조각상은 깨지게 되고 불주먹은 이를 바라보다 치트키에게 조각상을 판매한다. 


조각상을 구매한 후 치트키는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먹고 싶었던 밤도 구매해보고, 직장도 다시 구하였다. 그러나 5년이 지나도 치트키는 아직 죽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청에서는 치트키가 플람마에 걸린 시기부터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은 기적이라며 백신 제작에 협력을 요구하나 치트키는 도망친다.

무쓸모가 쓸모인 세상에서 인류의 생존에 기여하는 것이 쓸모인지 무쓸모인지 정리가 끝나기 전까지 치트키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조각상은 치트키에게 정말로 쓸모 없는 것이었다. 치트키는 조각상을 집에 넣기 위해 침대를 포기해야 했으며 집의 절반이상이 조각상에게 차지 당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매우 쓸모없는 조각상이 치트키의 수명을 늘려주었다. 치트키는 조각상을 구매하고부터 점차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플람마를 막을 상품들을 사느라 밤이 먹고 싶어도 참아야만 했는데, 밤을 무려 100kg이나 사서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해먹었고 남는 것은 나눔을 하기도 했다. 

직장을 잃고 백수가 되었으나, 자격증 공부를 해 직장을 다시 얻었고 저축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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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조각상은 치트키에게 몹시 쓸모있는 것일수도 있다. 말그대로 지금 당장 필요하냐, 없으면 죽는가의 관점에서는 쓸모가 없지만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는가의 관점에서는 쓸모가 있다.

조각상 옆에서 혼잣말을 하고, 잠을 드는 등의 행동을 보면 치트키가 조각상에게서 왠지 모를 안정을 얻는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조각상은 쓸모와 무쓸모의 차이에 대하여 치트키에게 계속 고찰할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조각상과 치트키의 관계를 보고 세간적으로 알려진 플람마를 늦추는 방법인 출근을 위해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것보다 번지점프를 예약하는 것이 잘못 알려진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그게 왜 플람마를 늦추는데 도움이 되는가이다. 


치트키가 그러했듯이 지금까지는 말 그대로 안 해도 되는 소비인 과소비를 하기 때문에 플람마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왔지만, 사실은 거기서 쓸모를 찾기 때문이 아닐까 

출근을 위해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것은 지금까지 매일 해온 행위지만 번지점프는 평소 겪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스릴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에 쓸모가 있다. 또한 떨어지는 동안 지금껏 보지 못했던 풍경을 눈에 넣을 수 있다는 새로운 풍경 발견에 쓸모가 있고, 만약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쓸모가 있다. 

이와 같이 플람마를 늦추는 방법은 바로  쓸모를 계속 발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치트키는 무쓸모라고 여기던 조각상으로 인하여 먹고싶은 것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직장을 얻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치트키는 쓸모와 무쓸모에 대해 고찰하게 된 것이 아닐까.


위의 생각과 더불어 불주먹이 플람마에 걸리지 않은 방법은 남들이 쓸모없다고 하는 조각미술에서 쓸모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배우는데 돈만 많이 들고,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하기 힘든 분야이지만 불주먹은 이러한 조각미술에서 쓸모를 발견했기 때문에 플람마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인류의 생존에 기여하는 것이 쓸모인지 무쓸모인지 정리가 끝나기 전까지 치트키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며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이에 대한 대답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 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생존에 대해 결단을 내리는 것은 한 사람이 결정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문제이다.

이에 대해 치트키는 기나 긴 시간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작점이 되는 소설이라고 느꼈다. 뒤에 여러 내용이 이어질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작가의 인터뷰에서 연작의 첫 번째 소설이라는 말을 보았을 때 몹시 기뻤다. 뒤에서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과연 플람마의 백신은 개발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흔히들 겪는 과소비 현상과 엮어 이와 같은 소설을 만들어내다니,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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