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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트윈
글쓴이 고등어조림3개월전

트윈, 단요, 교보문고, 2025


쌍둥이는 처음보면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계속 볼수록 그 사람만의 특징이 눈에 보이게 된다. '한 쪽은 참을성이 좋은데, 한 쪽은 참을성이 좋지 않다'나 '한 쪽은 고수를 먹을 수 있는데, 한 쪽은 고수를 먹지 못한다'와 같이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가족이 제일 먼저 눈치챌 것이다. 타인의 두 배, 아니 몇십 배는 넘는 시간을 접할테니 말이다.

그러나 트윈의 쌍둥이의 아버지 '민형'은 이를 구별해내지 못했다.


<민형- 극단적인 능력주의와 폭력정당화>


민형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하였다. 자식들이 좋은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된다면 민형에게는 '의대에 합격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의사로써 활동하는 딸'이 하나 생기게 된다. 민형은 이를 위해 본인이 만족할만한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계속해서 딸들에게 수능을 보게 하는 황당스러운 일도 시킨다.

민형의 쌍둥이 딸 지연, 우연은 그렇게 아버지에 의해 4수를 보았고 우연은 대학에 합격했지만, 지연은 수학을 밀려쓴 탓에 5수에 도전하는 중이었다.


이것만 보면 민형이 학구열과 인정욕이 강한 아버지이긴 하나 이것 외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민형의 세계는 극단적인 실력주의 세계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실력이 없으면 같은 인간취급도 하지 않는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을 때는 금방 손이 올라가곤 한다.

딸들도 이러한 실력주의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대학에 합격한 우연에게는 노골적으로 잘해주려는 모습을 보이고,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고 5수중인 지연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말투, 성격, 특징 모든 것은 둘째치고 일단 능력이 있나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민형이 간과한 것은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는데는 외면해온 말투, 성격, 특징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문에 들어가기전 쌍둥이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말했듯이 우연에게는 잘 해주려는 맘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누가누군지 알 수가 없어서 누군지 물어보고 우연일 경우 잘해준다.


민형의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였다. 딸들이 누군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정상적인 아버지라면 부끄러움 혹은 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민형은 당당하다. 정확히는 신경쓰지 않았다.


민형은 손해보는 삶은 살지 않겠다는 주의로, 줄껀 주고 받을 건 받는다라는 가치관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성향이 너무 강했다.

그는 감정적으로도 손해보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는 주의로, 타인을 왜 용서해야하는지, 왜 이해해줘야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내가 그로 인해 금전적 손해를 보았는데 왜 나는 그를 용서해줘야 하는거지, 믿음을 가지고 남에게 배풀 줄 알아야 한다는데 내가 무엇을 기반으로 남을 믿어줘야 하는거지 와 같이 그는 너무나도 손해보지 않는 합리적인 삶에 매달렸다.

딸들의 경우도 그렇다. 업무때문에 바빠서 자주 못 만나니까 구분하지 못하는건 당연한 거다. 내가 관심이 없는게 아니다. 만약 내가 잘못했다고 하더래도 지금까지 금전적으로 지원해줬는데 그 정도는 잘못해도 되지 않는가?

계속된 합리화와 손해에 대한 생각은 작중 내내 민형을 옮아맨다.


<쌍둥이>


민형의 딸 우연, 지연이 그러했듯 민형도 쌍둥이 형제가 있다. 바로 민호다.

민호는 엘리트 코스를 달려온 민형과 달리 아버지께 5천만을 빌려 술집을 차리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다.

민호도 민형과 같이 줄껀 주고 받을 건 받는다라는 가치관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으나, 민형과의 차이점이라면 굳이 재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상대방이 갚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내가 도움을 줬는데 아무 보상도 없으면 그거대로 상관없고, 만약 보상이 있다면 그건 뜻밖에 수확이고' 민호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그러나 이는 허울뿐인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민형보다 민호가 더 질이 나쁘다고 느껴졌다.

민형은 극단적인 실력주의고 이에 대한 태도가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노골적이다. 또한 감정이 쉽게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민형을 상대할 때는 잠깐 욕먹고 끝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민호는 다르다.

겉으론 아무런 대가가 없어도 된다며 실실대지만 계속해서 언질을 준다. 자연스럽게 말이다.

'아 일을 새로 하려는데 ~만원이 부족하네' 이런 말을 도움을 준 사람이 꺼낸다면, 당연히 상대방은 지금까지 받아온 도움들을 생각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될 것이고, 특히 상대방이 아무런 대가가 없어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다닌 사람이라면 이러한 양심의 가책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므로 감정적이게 되며 지금껏 자신이 받아온 도움보다 더욱 크게 보상하게 된다.

말로는 기브 앤 테이크라 하지만 사실은 민호쪽이 이득을 보는 상황인 것이다. 단지 보상을 받는데 조금 기다림이 필요할 뿐 결국 민호는 이득을 본다.


작중 극 후반부에 민호가 지연에게 간을 기증받는걸 민형에게 들켜 민형과 대화하는 상황이 나온다.

민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은 남이 해달란대로 해줬을 뿐인데 거기서 보답이 온 거라고, 그러나 지연과 대화하면 지연은 민호에게 '받은 것이 있으니까'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민호가 종종 넌지시 간이 안 좋아져 수명이 얼마남지 않은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민호는 민형이 뭐라하든 본인은 다 상관없고, 이제 민형네 가족사정엔 끼어들기 싫고, 오직 간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결국은 간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족 관계가 일그러지든, 민형한테 얻어맞든, 지연이 죽든 말이다. 그래서 가족 중 자신에게 빚이 있고 자신을 좋게 보고 있는 민형네 딸에게 계속 간 얘기를 꺼냈다.

현실적으로 음습한 인간이라 느꼈다.


<우연, 지연>


우연과 지연은 어찌보면 희생양들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민형과 민호에게 휘말린 희생양들이다.

아버지인 민형에 의해 의대에 붙을 때까지 계속해서 수능을 보고, 성적이 안 나온다고 무시당하였고

민호는 아버지보단 괜찮은 사람이나 결국 그에겐 재미있으니까 관심을 주는 일종의 장기말에 불과했다.


그래서 우연과 지연은 계획을 하나 세운다.

바로 둘 중 한 명이 죽고 남은 사람이 죽은 사람 행세를 하는 것이다.

민형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벌 받을 잘못이다.'라는 말이다.

민형은 아버지로써 딸들을 대하지 못했고 그리하여 벌을 받았다.




트윈은 '쌍둥이' 형제 민형과 민호, 민형의 딸 '쌍둥이' 우연과 지연 이렇게 쌍둥이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이며 쌍둥이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황들이 작중의 주요 갈등소재가 되곤 한다.

쌍둥이니까, 나와 얼굴이 동일하니까 나에게서 상처입었을 때 나의 쌍둥이 형제에게서 위로를 구하고

쌍둥이니까, 나의 딸들이 나의 형제를 아빠라 여기고, 위로를 받으며

쌍둥이니까 둘 중 한 명이 죽어도 누가 죽었는지 눈치채지 못한다.

쌍둥이라는 소재를 잘 이용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또 트윈의 특징이라고 하면 작중 선, 악이 관계없다는 것이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겐 각자만의 단점이 있다.

민형은 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사람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력주의적 사고에 물들어 있으며, 민호는 그를 잘 모르는 주변인들에게는 성인군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신의 이득을 중시하는 속물적인 사람이다.

이와 같이 모든 인물들에겐 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야기 속의 누가 잘못했고 누가 잘했나를 따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과거의 실수들이 쌓이고 쌓인 결과물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내용이 정말 재밌기 때문에 조금 긴 내용임에도 금방 읽게 되었다. 읽을만한 책을 찾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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