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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생존 공략집/ 오정훈/ 연필/ 2020
글을 시작하기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이 책에선 전문적인 경제 지식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작가가 본인이 살아오면서 느낀 점에 대해 말한 것을 엮여서 책으로 집필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적인 경제 지식, 용어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바로 뒤돌아서 다른 책을 찾아보러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본인의 생각을 정말 잘 풀어냈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투자를 하면서 그때 그때 느낀 경험들을 책에 담아내었기 때문에 만약 작가와 성격이 비슷하거나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에게 공감하지 못한다면 이 책은 여러분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개인의 경험을 다룬 내용이기 때문에 작가와 공통점이 존재하기 않는다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게 당연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말의 앞뒤가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고 느낀 책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본인이 성공한 유명 펀드 매니저도 아니고 막강한 이론으로 무장한 교수도 아니라며 자신을 낮추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작중에서 작가는 투자로 이익을 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아쉬운 투자자들'이라고 표현하며 그들을 낮춰보는 태도를 보여준다. 물론 존경하던 사람들이 투자를 성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씁슬한 마음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정작 본인도 성공한 투자만 한 것이 아닌 수 차례의 투자 실패를 겪은 입장에서 그들에게 공감하는 것이 아닌 아쉽다며 안쓰럽다는듯이 낮춰보는것은 현재의 성공에 취해 과거를 잊어버린 것만 같이 보인다. 만약 이 '아쉬운 투자자들'이 다음 투자에 이득을 보고 본인은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했을 경우, 본인에 대해서 '아쉬운 투자자'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와 같은 발언은 하면 안 되는 거였다.
이 '아쉬운 투자자들' 발언이 더 충격적이였던 이유는 작가보다 더 큰 성공을 이뤄낸 투자자들도 다른 투자자들에 대해 '아쉽다'와 같은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게 한 몫한다.
그들은 자서전에서 투자자들에 대해 다룰 때 '시장이 교체하였으나 과거의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투자 시장에서 탈락하였다' 혹은 '운이 안 좋았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타인의 투자 방식에 대해 '그런 방식으로 투자를 해서 아쉽다'와 같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투자자들의 표현에도 결국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게 아쉽다'와 같은 속마음이 함유된 건 맞다. 다만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가와 간접적으로 돌려말하는가는 큰 차이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아쉬운 투자자들'발언은 다른 투자자들을 존중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 아쉬운 투자자들 사이에 이전에 존경하던 사람도 있었다는데, 존경하던 이가 투자에 한 번 실패했다고 '아쉽다'라고 표현하는건 많이 충격적인 부분이다.
위의 '아쉬운 투자자들'발언으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작중에서 자산이나 투자 성공률로 사람을 나누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독자의 입장에선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
작가는 존경하는 성공한 투자자들에 대해선 '선지자', '그 분', '원탁의 기사' 등.. 마치 입에 담는 것조차 황송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한 존경하는 투자자에 관해선 그의 게시글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프린트 해두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며, 한 장 밖에 뽑지 못하였기 때문에 종이가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말한다.
물론 성공한 이를 존중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바로 낮춰보는 태도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느꼈다. 만약 이 선지자들이 투자에 실패할 경우 그들에 대해서도 바로 아쉬운 투자자가 되었다고 표현할 것인가.
나는 경제 책을 읽으며 경제 지식을 쌓는 것도 있지만 그 사람의 주변인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 인격적인 모습도 배워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선 그런 걸 배워갈 수가 없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얻을 수 있는 지식이 극도로 편향되어 있다는 것이다. 작가에 공감하고, 그의 상황에 이입하지 못한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0 이라고 봐도 될 정도이다.
작가는 블로그를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도움을 받는다. 위에서 소개한 존경하는 성공한 투자자들도 다 블로그나 개인적으로 만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만난 이들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작가는 무언가 이야기하기 전, '내가 아는 지인 중에', '제가 아는 그 분'과 같은 식으로 운을 띄우며 이야기 하는데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래서 이 사람들이 뭐하는 사람들인데?'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교수와 같이 전문적으로 투자에 대해서 배운 사람인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얻은 지식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인지 독자의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진짜 전문적으로 투자에 대해 배운 사람들이고, 신변보호를 위해 일부러 누군지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작가와 그 사람만이 아는 내용이지,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
이 책을 읽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1. 과거엔 부유하게 살았으나 시간이 지나며 가난에 시댤려 본 적이 있다.
2. 온라인으로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3. 나는 정리되지 않은 저자의 생각이 많이 담겨있는 글을 보며 필요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작가의 블로그 내용을 뭉쳐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굳이 책으로 내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작가와 공감할 수 없겠다고 느껴진다면 계속해서 읽지 말고 바로 다른 책을 찾으러 가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작가와 공감할 수 있다면 이보다 인간적인 이야기는 없으므로 앞으로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