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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신화 이야기

켈트 신화와 전설
글쓴이 고등어조림2개월전

켈트 신화와 전설(Celtic myth and Legend)/ 찰스 스콰이어/ 황소자리/ 2009


켈트 신화에 대해서 들어보았는가? 

어릴 적 만화책을 통해서 한 번 쯤은 접해봤을 그리스 로마 신화와 달리 켈트 신화는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신화에 푹 빠지며 그리스의 신화 외에도 다른 신화는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는 도중에 켈트 신화를 알게 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생각하며 책을 펼친 나에게 켈트 신화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와 비슷한 점이 있긴 하나 확실히 다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내용의 기본 틀이 확립되어 있고, 인물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신들의 왕, 천둥번개의 신하면 바로 제우스가 떠오르며, 이는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하지만 켈트 신화는 너무 오래된 탓에 여러 종교적 관점과 인간을 신격화하는 내용이 신화에 섞여버리게 되었고, 그래서 켈트 신화 내에서도 게일신화/ 브리튼 신화의 두 분류로 나뉘게 되며 이 나뉜 분류 내에서도 전설이 전파된 지방에 따라 등장인물의 역할, 이름이 바뀌어서 나온다. 예를 들자면 얼스터에서 가장 강력한 요정으로 간주되는 '어냐'와 남부 먼스터의 여왕인 '아너'는 아마 '아누' 또는 '다누'로 숭배되었던 여신과 동일한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각각의 지방에서 이름과 역할이 바뀐 채로 등장하게 되었다. 

켈트 신화는 마치 구전설화와 같아 확정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옛날 옛적의 자료들을 통해 켈트 신화에 대해서 조사해보려 하여도 그 자료들조차 그 때 전해져오던 켈트 신화를 따라 적은 내용이거나 본인의 사상이 포함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정답인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켈트 신화를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자연물과 인간의 생필품에 큰 의미를 둔다는 것이었다. 

켈트의 영웅담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연어가 자주 등장하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켈트 신화에서 연어를 보았을 땐 '연어가 왜 나오지? 영웅에게 도움을 주는 음식인데 굳이 연어를?'하며 의아한 마음이 들었는데, 현재는 그 이유를 조금 알 거 같기도 하다. 

켈트 신화에서 연어는 지혜의 산물이다. 미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열매를 연어가 먹으며 예지 능력을 얻게 되었고, 영웅들은 연어를 잡아먹는 것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연어는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되돌아 오는데, 오직 연어만이 이러한 행위를 한다. 이 과정을 미래에서 과거로 되돌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과거와 미래의 연관성을 중요시한 켈트인들에게는 연어만큼 지혜로워 보이는 생물이 없었을 것이다. 

생필품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현재의 성배를 예로 들 수 있다. 후대에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등장한 성배는 경이로운 능력을 가진 성물이다. 그러나 그 시초는 가마솥이다. 

다그다의 운드리, 브란의 재생의 가마솥, 거인 오귀르브란의 가마솥, 심지어 꽤 유명한 영웅들인 쿠훌린과 아서도 왕과 우두머리로부터 가마솥을 획득한다. 

현재 우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신들의 보물이 가마솥이라니 볼품없다'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당시 의식주란 매우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음식을 끓일 수 있으며 한 번 요리를 하는 것으로 여러 사람을 먹일 수 있는 가마솥은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작중 '로나뷔의 꿈'이야기에 등장하는 '브리튼의 열세 가지 보물'은 검, 바구니, 뿔잔, 수레, 마구, 칼, 가마솥, 숫돌, 옷, 납작한 냄비, 접시, 체스판, 망토로 대다수가 생활에 도움이 되는 도구였음을 알 수 있다.


켈트 신화를 읽다보면 그 당시 켈트인의 사상에 대해서 자연스레 알게 된다. 켈트인은 자연물을 숭배하고, 생필품을 중요시하였으며, 부모에 대한 효를 중시하였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정말 어렵다고 느낀 책이었다. 계속해서 바뀌는 등장인물들의 이름탓에 누가누군지 파악하는게 힘들었다. 자주 나온 신이였으면 기억할 수 있었으나 짧게 소개하고 지나간 신일 경우엔 정말 누군지 모르겠던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읽은걸 후회하진 않는다. 켈트 신화는 모든 신화의 시작점이자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켈트 신화는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 소설, 미술, 게임 등 여러 분야에 현재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비논리적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 신들의 강인한 정신을 표출하는 이 신화에 판타지 작가들이 푹 빠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이다. 


가끔씩 현실에서 벗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몰두하고 싶을 때, 여러 신화에 대해서 알고 싶을 때, 판타지 소설에 관심이 생겼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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