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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연필부자

부자의 삶에 대한 고찰
글쓴이 라라3주전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가볍게 다루는 글입니다.


할머니가 놓고 간 내 카이스트 필통에 옛날에 쓰던 연필이 가득 들어있다.


사각사각하고 연해서 좋아했던 종이 연필..

스파이더맨, 헬로키티, 메탈베이블레이드, 짱구, 레미, 스누피 연필..

한글 자음이 적혀 있는 연필..

미국 국기, 한국 국기, 네덜란드 국기 연필까지

연필 꼭지에 내 이름 라벨이 붙어있거나 홈이 파여 있어 이름 영문 이니셜을 새겨놓은 연필도 있다.

, 참고로 나는 남들이 다 샤프로 갈아타던 4학년 시절에도 끝까지 연필을 고수하였는데

고학년 때 쓴 연필에는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표기하였다.


연필에도 추억이 담겨 있을 수 있구나.

문득 추억에 잠긴다.


이것도 추억이니 여러 연필을 번갈아가며 써보겠다.

아까는 아기코끼리가 날아다니는 노란 연필로 글을 썼고, 지금은 모닝글로리 빨간 연필로 쓴다.

이 연필도 가벼워서 꽤 좋아했던 연필~!


나는 우리집의 연필과 필기구는 내가 평생 사지 않아도 될만큼 많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들도 연필이 없어서 겪는 연필난은 평생 모르고 살 것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연필이 집에 너무 많아서 연필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만하지 않도록 집에 연필이 별로 없는 것처럼 연기하며

평소에 연필을 조금만 꺼내놓고 청렴한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가르칠 것이다.

(, 세 번째 연필인 자음 연필로 바꿨다. 이 연필 참 부드럽고 좋다.)


가끔 볼펜이나 형광펜은 오래되면 안나오기도 하던데

연필은 안나올 걱정이 없으니 이 또한 좋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쉽게 망가지지 않으니 연필 공급과잉이 성립되어 연필 부자가 생기는 것이다!!!

또 이렇게 겸손에서 멀어지다니 참 슬프다.

나는 평생 연필부자의 시련을 감당하게 되리...ㅠㅠ


나는 연필부자 김태리는 취미부자 이재용은 돈부자

모든 사람이 다 이재용이 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 모두 어딘가에서 무언가의 부자일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부자의 삶은 동경의 대상이지만

.. 겸손과의 싸움이 쉽지 않으니

사는데 불편함이 없는 정도가 딱 적당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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