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흰/한강/문학동네/2016.5.25
흰을 읽으면서, 내가 알던 한강 작가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산뜻한 느낌을 받았다. 한강의 글을 읽을 때마다 특유의 절절함과 어둠이 나를 밑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흰’을 읽을 때, 내가 그동안 알고 있는 한강 작가의 글이 맞나? 다시 한 번 확인해볼 정도로 그녀가 가진 특유의 어두움이 밝게 표현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겨울이 되면 붕어빵이 떠오르는 것처럼 나에게 ‘흰’은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책이 되었다. 몇 번을 읽어도 그녀가 써내려간 글들은 내 마음을 울리다.
‘흰’의 내용은 삶과 죽음의 공존을 다루고 있다. 그 속에서 흰은 환부를 감싸는 연고나 거즈처럼 치유를 위한 재료이자, 부드럽고 연약한 죽음에 대한 애도나 부채감을 상징한다.
순수함이자 동시에 냉정한 현실의 죽음은 코 끝에 시린 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하얗다는 것은 어떤 색도 칠할 수 있는 도화지가 아닌가 그에 죽음은 어떤 것의 시작인지 끝인지 고민하게 한다. 가장 순수하고 맑고 것 하얀 눈, 하얀 웃음, 하얀 도화지와 같은 것들로 사라져 버린 이를 추억하는 것은 순백의 방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