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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정대건/민음사/2022
<급류>는 물이라는 속성을 기반으로 불행을 통한 성장과 적적한 사랑을 보여주는 책이다. 아빠와 함께 수영하던 도담과 해솔은 점차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지만, 도담의 아빠인 창석과 해솔의 엄마인 미영이 불륜 관계인 듯한 상황을 인식하게 되어 그 둘이 만나기로 한 밤에 둘의 뒤를 밟게 되어 거센 파도인 급류에 창석과 미영이 떠내려가는 것을 지켜보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둘은 헤어지게 된다. 이후 우연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정비하게 되어 둘은 다시 만나면서 소설은 끝나게 된다.
이 소설에서 내가 주목한 점은 먼저 도담과 창석의 관계였다. 창석은 도담에게 “중성 부력에서는 무중력 상태처럼 자유롭지. 아빠는 도담이가 중성 부력에서처럼 평온하고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표현을 부력의 종류 중 하나로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인 중성 부력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전하는 부분과 이 말을 듣고 난 도담이 물속에서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끼고 중성 부력 상태로 유영하는 바닷속은 중력이 없는 푸른 우주처럼 신비롭다는 기분을 느끼는 대목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아마 작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이 우선순위에 있으며 자유롭고 평온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도담과 창석, 딸과 아버지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창석과 똑같이 소방관이 된 해솔은 화염이 가득한 현장에서 죽을 수도 있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헤어졌던 도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반드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때 생각했어.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의 문장에서 해솔이 생각하는 사랑의 완성본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해솔과 도담은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겪는데 다시 만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될까봐 주저하는 모습이 보였다. 해솔은 자신이 전에 깨달았던 사랑의 과거형인 사랑했다가 아니라 언제나 현재형인 사랑한다는 감정을 통해 도담과 다시 재회했다. 즉 해솔이 말하는 사랑이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도담이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구절에서 알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 구절을 이야기하고 싶다. 해솔과 도담은 추모선을 타고 창석의 바다장을 치렀던 21번 부표까지 가는 과정에서 소녀가 바다에 빠졌는데 해솔은 배에 있는 구명환을 집어 들고 바다에 뛰어들고 12년 만에 하는 수영이지만 창석이 알려줬던 부력을 느끼며 능숙하게 팔과 다리를 내저어 소녀를 구한다. "도담은 여유롭게 헤엄치며 웃었다. 자유롭다. 내가 얼마나 수영을 잘했던가. 수면에 나와 눈부신 햇살을 받으니 살아 숨쉬는 그 자체로 좋았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있을지 모를 미래에 목매지도 않으면서 진정으로 살고 싶어졌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거센 물살을 헤엄치듯이."라는 문구에서 도담은 과거와 미래보다 지금 살아가는 현재 그 자체를 갈망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창석이 그토록 바랐던 도담의 자유가 이 장면에서 극대화되었고 도담은 이 상황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솔과 도담은 모두 과거를 그리워하고 미래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지금을, 현재를 위해 살아가고 사랑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단지 사랑이 무엇인지를 서술하는 것이 아닌 작가가 우리에게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고 싶었고 내가 예상하기로 작가는 우리에게 현재를 사랑하고 살아가라고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