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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정세랑/난다/2019
<지구에서 한아뿐>은 지구인 한아와 외계인 경민이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지구인 경민과 11년째 사귀고 있던 한아는 자신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경민에게 늘 서운했고, 체념했지만 이를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던 그때 운석이 떨어진 캐나다에서 돌아온 경민은 어딘가 낯설었고 달라진 경민의 모습이 의심스러워 뒤를 밟다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한아는 처음엔 외계인 경민의 존재를 이상하게 느끼지만, 점차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모습에 익숙해지며 서로 사랑하게 되고 이후 지구인 경민과 외계인 경민이 계약하여 기존의 경민은 우주의 끝을 보러 갔고 망원경 종족인 외계인 경민이 곁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한아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계인 경민은 한아를 다시 살려내려 하고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는 문구와 함께 소설은 끝난다.
나는 소설에서 외계인 경민의 몸으로 만든 망원경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망원경 기술이 굉장히 발달해서,”, “몸의 일부를 제련해서 만드는데, 거의 실시간으로 우주를 볼 수 있어.”, “망원경은 몸의 일부로 만든 것이라서, 주인이 꿈을 꾸고 있을 때는 스스로 움직여. 대개는 어떤 일관성 없이 그저 산발적으로 우주의 곳곳을 비추고 있지. 그런데 내 망원경은 달랐어. 깨어나서 내가 잠든 동안 어디를 비췄는지 체크해 보면 꼭 비슷한 지점을 스쳐 갔더라고.”라는 구절이 있다. 다시 말하면 자기 몸의 일부로 만든 망원경이 한아가 있는 매우 작은 곳이 계속 보게 되었고 “그러니까, 웃기지? 나보다 내 망원경이 더 먼저 널 사랑한 거야.”라는 말을 한다. 자신의 일부가 한아를 먼저 사랑했고, 자신이 한아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과정이 낭만적이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여 이렇게 표현한 작가의 문체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너만…… 너만 아름다웠어. 빛났어. 눈부셨어.”라는 구절도 인상 깊었는데 망원경 이야기를 할 때 외계인 경민이 왜 굳이 본인이었냐는 한아의 질문에 했던 답변이다. 우주에서 보면 한아는 매우 작은 개체이고 빛난다고 했던 한아는 아마 매우 작은 빛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망원경이 자신보다 먼저 한아의 빛을 찾았고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먼저 한아를 찾게 되어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정이 너무 독특하면서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라 이 장면을 계속 생각해 봤었다. 그래서 내가 예상하기로 우주에 있는 사람인 한아를 빛으로 생각해 보면 우주에서 본 지구는 바다인 파란색, 땅을 볼 때 가장 많이 보이는 초록색이 섞인 청록색의 빛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렇게 처음 보는 빛인 청록의 빛, 즉 새빛을 외계인 경민이 사랑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난 후 떠오르는 질문 하나가 있었다. 외계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처럼 근본적인 질문에 바로 '예'라고 대답하긴 어려웠다. 현실적으로 외계인과 만난다면 신기한 것보다 무서움과 두려움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해도 한 번도 보지 못한 존재를 사랑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호한 남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 나만을 생각해 주고 나만을 사랑해 주는 그런 완벽한 외계인이 찾아온다면 언젠간 사랑에 빠질 수 있지만 그 사랑은 비교를 통해 완성된 사랑이고 아마 비교 대상이 없는 외계인 자체를 사랑하기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평소에는 절대 해보지 못할 상황과 생각들을 책을 읽음으로써 상상하고 고민해 보게 되고 어떤 사랑을 우리는 갈망하고 있을지에 대한 생각도 계속해 보게 되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도 눈에 띄게 좋았지만, 지구와 외계의 사랑을 우주와 같은 표현으로 설명한 작가에게 존경심이 들었고 이번 기회에 정세랑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