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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창비/2011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그러니까 너는,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두근두근 내 인생』에 나오는 ‘나’의 부모님이 조로증을 겪는,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나’에게 해주는 말이다. 나는 누군가의 행복이 되고 싶다. 나의 부모님과 형제, 친구들이 나로 인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누군가의 슬픔이 되라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말일까? 누군가의 슬픔이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슬픔이 되라는 것은 서로가 다시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의 부재로 인해 상대방이 슬퍼할 만큼 상대방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라 생각했다. 어쩌면 누군가의 슬픔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떠난 뒤에도 함께 나눴던 추억과 감정들이 계속해서 살아 움직이고 상대방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 소설의 '나'가 소설을 쓴다는 사실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 소설은 자신이 나중에 죽게 되었을 때 부모님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쓰기 시작했고, 중간에는 인터넷 친구인 서하를 위해 소설을 완성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누군가를 위해 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낭만적이었고 내가 만약 소설의 '나'였다면 무엇을 남기고자 했을지 생각해 봤다.
예전에 학교 선생님과 상담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한 적이 있는데 선생님의 부모님께서 어릴 적에 돌아가시면서 몇십 년이 지난 지금 부모님의 목소리가 기억에서 점점 잊혀간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부모님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나 동영상이 하나도 없어서 어떤 목소리로 선생님을 불러줬는지 이제는 듣지 못하는 게 너무나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최대한 늦기를 바라지만 만약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많이 후회할 테니 지금부터라도 부모님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많이 남겨두라고 하셨다. 소설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이야기가 계속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나는 나의 목소리가 담긴 동영상을 많이 남겨뒀을 것이다.
소설의 '나'도 이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소설의 '나'는 조로증으로 인해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기에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을 간접적으로 잔잔히 기록하는 소설을 선택하여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해 줬던 부모님과 처음으로 자신을 존중해준 서하가 자신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하고자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슬픔이 되라는 말이 너무나 모순적으로 들렸다. 평소에 나는 누군가의 행복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행복은 함께 있을 때 매우 선명하게 느껴지는 감정임은 틀림없지만 슬픔은 그 사람이 떠난 뒤에도 오래 남게 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나를 떠올리며 슬퍼한다는 것은 내가 상대방에게 그만큼 소중한 존재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슬픔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언젠가 가족들과 친구들과 헤어지는 날이 오겠지만 나를 기억하고 나의 부재를 슬퍼해 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내가 누군가에게 행복한 존재였다는 것을 증명해 줄 수 있음을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